상냥함과 엄격함, 그리고 본질

Wete Ambela에서 나무를 심은 날의 오후, 다시 엘리애나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작업하는 모습을 견학했다.
내추럴(여기서는 선드라이라고 부른다)의 건조 공정, 탱크에 채운 혐기성 발효 프로세스의 선별 작업, 아프리칸베드에서의 교반과 핸드픽.
그것은 매년 중미에서 봐왔던 풍경과 다를 바 없어 나로서는 안심이 되었다. 에티오피아에 온 후의 긴장이 풀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민족의상을 입은 노동자들의 소박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면서 엘리애나씨의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35세 정도의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유럽에서의 화려한 경력으로 부터 방향을 180도 틀어, 에티오피아 1위 커피 수출업자로.
젠더를 왈가왈부할 의도는 전혀 없지만, 여성이었던 그녀가 얼마나 많은 고생 끝에 여기까지 왔을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긴 은빛 머리와, 얼굴에 깊고 아름답게 새겨진 몇 개의 주름이 그 증거일 것이다.
밖에서 이 에티오피아를 계속 지켜본 그녀이기에, 그녀의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시각은 미래를 향한 본질이며, 과거 이 나라에 숨쉬었던 원주민들이 맥을 이어온 사상 그 자체인 것 같다.
경제적 발전과 함께 사라져 가는 아름다운 사상을, 그녀는 커피를 통해 계속 전파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우려하는 그녀에게 우리와 같이 커피를 소비하는 국가의 로스터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고 가벼운 마음으로 물어봤다.
‘적어도 민족적 의상을 입은 노동자들의 예쁜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라는 엄한 어조의 답이 돌아왔다.
‘보세요. 저기에는 크고 훌륭한 나무가 있습니다. 이 뒤편으로는 아름다운 강도 흐르고 있어요. 여러분들은 도대체 무엇이 맛있는 커피의 본질인지를 전할 의무가 있어요.’
충격적이었다.
예전에 온두라스 커피 농가에서 들었던 말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교육하고 이끌어 주세요. 그건 저희 생산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스페셜티 커피의 유행은 많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었다. 이번 여행도 그 기회가 한층 더 열릴 수 있도록 많은 커피 프로들이 현지를 찾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본질이 전해지는 일은 없었고, 인스타를 위한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맛이라는 체험만이 수출된 채로 생산지나 생산자들의 스토리는 그대로 남겨져 있는 것이다.

그녀는 커피 생산 현장에서 그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인생을 걸고 커피를 전하려고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 삶에 있어서 하나의 큰 이정표가 되었던 날이 이 날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