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히치하이커는 빅뱅으로 향한다 (2)

DAY.1

공항은 여전히 어색하다. 익숙하지 않은 어려운 영어단어들과 용어들이 즐비하고 어떠한 순서로 비행기까지 가는지도 헷갈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항은 나에게 역시 어렵다.

높은 고도에 비행기 유리창이 얼었다. 근데, 처음보는 광경이라 괜찮은건가? 의심이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 볼레 국제공항(Bole International Airport) 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비행시간은 14시간이 넘었는데, 도착예정시간을 확인해보니 이륙시간 + 14시간이 아니었다. 알고보니 에티오피아는 우리나라 시간 기준 -6시간이라 도착하자마자 아침이었다. 한국은 겨울이라 겨울 옷차림으로 탑승했던 비행기는 무척이나 더웠고, 가득 매운 사람들 덕에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거의 지구 반대편인 에티오피아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가는걸까? 라고 한편으로 생각했다. 답답한 비행기 실내였지만, 이내 쉽게 잠들었다. 평소 매일매일이 피곤하던 나였기에, 버스나 자동차, 비행기든 장거리 이동은 나의 잠자리가 되었다. 그렇지만 썩 개운하진 않는.

에티오피아에 도착하자마자 역시나 어려웠다. 이곳은 한글도 없고, 에티오피아의 암하릭어에 영어 안내 표지판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동양인들의 이동 경로를 좇아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입국장으로 향해 있었다.

입국장에선 티피카 한국지사 담당인 소이님과 일본팀 크루들을 만나고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일본팀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다들 수염이 있었고, 무언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외향이었다. 다행히 소이님이 일본어는 원어민처럼, 영어도 수준급으로 잘 했기에, 내가 나누기엔 어려운 깊은 대화들은 통역으로 해결해주었다.

지리냐? (JIREENYA) …. 응.. 지려다..

에티오피아 통화인 비르(Birr)를 환전할 기회가 많지 않다기에, 공항에 있는 환전소에서 일부 돈을 환전하고 에티오피아 내에서 사용할 심카드를 구매하기 위해 에티오피아 Ethicom 부스로 찾아갔다. 다행히 티피카 팀에서 에티오피아 내에서 사용할 심카드를 모두에게 구매해 선물해주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일주일 사용할 수 있는 심카드 였는데, 데이터가 무제한이라니 듬직했다. 추후에 알게되었지만, 데이터 속도가 잘 나오는 곳은 오로지 수도 아디스아바바와 그 근처 지역 뿐이었다.

다음날 우리는 티피카와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하는 에티오피아 현지 익스포터인 웨테 암벨라 농장 방문 일정이 있어 그 근처 도시인 아와사로 이동할 국내선 환승터널로 이동했다. 국내선이라 그런지 이 곳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에티오피아 사람들이었다. 아와사로 이동하는 시간은 비행기로 1시간. 국내선 비행기이기에 크기가 작았는데, 무려 프로펠러 비행기였다. 프로펠러 비행기는 타보지 않았고, 막연히 구세대의 기술이라는 인식 때문에 제법 두려움이 몰려왔다. 웬지 안전성이 떨어질 것 같은 선입견 때문이다. 하지만 아와사로 향하는 비행기는 우리가 제주도나 서울에 갈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고 내 생각은 그저 망상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UN 마크가 새겨진 오프로드 차량을 보았다. 예뻐서 갖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와사에 도착하니, 우리들을 픽업해줄 차량들이 아와사 공항 앞쪽에 줄 서 있었다. SUV 차량들이었는데, 모두 타이어 크기가 매우 큰 오프로드용 차량들이었다. 이때는 잘 몰랐지만, 이 차량이 아와사를 거점으로 커피 산지를 돌아다닐 때 우리들과 함께하는 4일간의 일정을 함께해줄 차량들이었다. 차량들은 전부 도요타 차량들이었는데, 모두 모델명이 랜드크루저 라고 적혀 있었다. 추후에 알게 되었지만, 에티오피아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타는 모델이었다. 차량은 모두 5대 였는데, 그 중 한 차량이 검은색이고, 타이어가 유독 컸으며, 깨끗해보였다. 왠지 다른차들에 비해 좋아보였는데, 이 차량이 다음날부터 나와 함께하게 될 브룩의 차량이었다.

하이레(HAILE)리조트의 전경

아와사 공항에서 또 이동하여 이 날 묵을 숙소인 하이레 리조트에 도착했다. 왠지 시골 변두리에 있는 커다란 콘도 혹은 리조트처럼 보였다. 비록 스타일은 구식처럼 보였지만, 수많은 수목과 식물들이 이 곳이 얼마나 멋진곳인지 증명해주었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위해서 커피세레머니를 준비해주시는 분이 계셨다. 그 유명한 커피세레머니를 제대로 처음 접해보아 매우 신기하고 감사했다. 이땐 몰랐지, 커피세레머니는 어디에나 있다는것을..

하이레 리조트에서의 커피세레머니

티피카는 우리를 위해 이 곳 리조트에서 1인당 1실을 준비해주었다. 전망이 썩 좋은 방에 짐을 풀고 잠깐 감상을 마친 후 간단한 회의를 위해 리조트 안쪽 아래에 위치한 특별한 장소로 이동했다. 바다처럼 보이는 곳에 작은 보트를 위한 나무로 만들어진 정박지가 보이는 원형의 뜰이었다. 지도 앱을 켜고 확인해보니 바다만큼 거대한 아와사 호수였다. 야외 결혼식이나 야외 파티에 적합해 보이는 멋진 장소였다. 이곳엔 원형 테이블과 의자들, 샴페인과 간단한 과일들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이곳에서 시무식처럼 에티오피아 여행에 대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과 자기소개를 하게 될 줄 그제서야 알았다.

아와사 호수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이름모를 새

현지 시각은 4시 정도였는데, 이때 에티오피아의 강렬한 태양을 처음으로 느꼈다. 2시간 정도 앉아서 오픈파티를 나누었는데, 팔뚝이 따끔따끔할 정도였다. 우리는 이 시간에 티피카 랩 노트를 들고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각자 자기소개를 했으며, 노트 뒷편에 준비된 여행테마 칸을 채워나가는 시간을 가졌다.

대충 환영한다는 말을 하고 있는 웨테암벨라의 엘리아스. 그리고 그 옆의 히로상. 그리고 빛나는 메크리아의 머리.

여행 테마 페이지를 채워달라는 안내에 곰곰히 생각하며 무엇을 주제로 여행을 할까 고민했다. 나는 예전부터 관찰을 잘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관찰(Observation)을 주제로 삼았다. 첫 방문이고, 모든 것이 새롭기에 이 곳의 모습을 그대로 고이 머리속에 담고 싶었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무엇일까? 이 곳 풍경은 어떨까? 이 곳의 생활 수준은 어떻게 될까? 이 곳 사람들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살까? 어떤 자동차들이 많을까? 집은 어떻게 생겼을까? 등등을 머리속으로 떠올렸다. 나와 한 테이블을 공유했던 오즈사장님 고운동 사장님의 테마는 이번 여행을 통한 변화라고 했다.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며 기존의 익숙한 것들을 평범하게 해오던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는 변화가 되기를 바라며.

티피카의 오픈파티. 상류층 모임 같았다.

티피카의 대표 중 한명인 고토상이 오픈 파티 일정을 이끌어갔고, 사회는 티피카 일본의 QC인 히로상이 맡았으며, 일본어로 이야기 한 내용은 소이님이 실시간으로 번역해주었다. 소이님은 이 동행에서 유일하게 한국어, 일본어, 영어 모두 가능한 사람이라 한국팀과 일본팀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매크리아와 엘리아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머리가 작다. 물론 내 머리는 크다.

오픈파티를 마무리하고 하일레 리조트 내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레스토랑의 저녁은 뷔페식이라 20가지가 넘는 요리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모두 에티오피아사람들이 먹는 음식이었다. 처음 먹는 에티오피아 음식, 기대와 걱정이 공존했다. 평소 입맛이 폭넓지 않고 냄새에 민감하여 익숙치 않은 향이 나는 음식을 잘 못 먹기에 말이다. 몇몇 요리는 고기 특유의 육향과 누린내가 공존했고, 나머지 요리는 익숙하진 않지만, 제법 입맛에 맞았다. 밥보다는 빵을 주 탄수화물 섭취원으로 먹기에 다양한 형태와 종류의 빵이 존재했고, 야채와 함께 볶은 고기요리, 다양한 야채를 함께 볶은 요리, 샐러드, 그리고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찍어 먹는 다양한 향신료가 섞인 양념들이 여러가지,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치즈 등이 있었다. 치즈는 발효취가 강해 도전조차 하지 못했고, 붉거나 희거나 노랗거나 하는 양념은 맛이 강렬하고 매웠으며 제법 익숙했다.

에티오피아 음식. 하이레 리조트 저녁 뷔페.

80% 이상의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검은색 피부를 갖지 않는 나에게 웃으며 손을 들어 인사해준다. 음식을 만들고 서브해주는 직원분이 반갑게 웃으며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한국에서 왔다고 했다. 물론 남쪽이라고. 자기도 한국에 대해 잘 안다고 하며 블랙핑크와 코리안 드라마 라는 단어를 입으로 내뱉는다. 이렇게 먼 곳에서 내 조국의 무언인가를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니 의사소통은 쉽사리 통하지 않았지만, 무척 반가웠다.

에티오피아 리프트밸리 샤도네.

그날 저녁 우리는 에티오피아 산 까베르네 소비뇽과 샤도네 와인과 함께 웨테 암벨라의 두 대표 엘리아스와 메크레이와 내일 방문할 커피워싱스테이션에 대한 이야기와 커피 농장 이야기 등을 함께 나누었다. 그리고 첫 하루를 같이 보낼 여러 한국 로스터분들과 일본 로스터 분들과 말이다.

아. 이 곳 리조트의 숙소는 현대적인 디자인은 아니지만 굉장히 매력적인 구조와 청결함을 유지했다. 수돗물이 노란 것만 제외하곤. 그날의 밤은 다양한 이야기 속에 마무리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