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이어주는 것
에티오피아에 도착한 다음날, 드디어 농장 방문이 시작됐다.
체크아웃한 호텔에서 몇 시간 동안 크고 작은 거리를 누비며 붉은 대지를 달린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눈이 좋은지, 차 안에 있는 우리를 금방 알아보았다. 똑바로 눈을 마주치지 않고 눈썹을 치켜드는 가벼운 느낌이었다.
중미는 익숙해져서 사람들이 턱을 들어 인사를 해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쪽 사람들은 눈썹을 치켜든다고 한다.
그런 작은 발견을 하면서 도착한 곳은 Wete ambela사 메클리어의 친족이 운영하는 농장.
그동안 여러 차례 커피나무를 봐왔는데, 지금 내 눈앞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heirloom이라고 불리는 원종이었다. 유전자 해석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정도로, 전 세계에서 에티오피아에만 있는 품종이다.
소위 산업적인 품종만을 보아온 나에게, 어쩌면 남들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질지도 모르는 이 품종 앞에 선다는 것은 어딘가 경외스러운 순간이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이미 수확을 마친 나무들 사이를 지나면서 농장을 걷는다. 그리고 발견한 미수확 체리! 이거를 먹어보고 싶었다.
입안에 머금고, 얇은 과육에서 넘쳐나는 과즙을 맛본다. 중미의 그것과 다르지 않으면서도 조금은 다른 것 같았는데, 솔직히 확실하게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언뜻 마른 것 처럼 보이는 대지에 심어져 있는 커피나무에 이만큼의 과즙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은 토양 심층부에 충분한 물이 저장되어 있음을 상상하게 해주었다.
밭 구경을 마친 뒤 제자리로 돌아 오니, 점심식사에 초대해 주었다.
부엌으로 이어지는 건물에 깔린 레몬그라스 같은 풀. 숲과 같이 꾸며 정령을 부른다고 한다. 자연 신앙이 남아 있는 에티오피아만의 광경.

전통적인 커피 세레모니를 둘러보며, 에티오피아 음식을 먹었다. 인터넷에서도 유명한 인제라 빵, 바나나를 이용한 코초, 소 내장조림… 지금까지 살면서 경험한 적 없는 미각들.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맛있게 느끼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메클리어와 엘리아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커피 가게 운영에 있어서도 맥락이 비슷할 것 같은 인근 커뮤니티와의 관계를 느낄 수 있었다. 자신들의 존재나 행동이 주위를 풍요롭게 하여, 커뮤니티가 자라 나간다. 커뮤니티가 자라면 그 영향은 자신들에게 돌아간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가 이어져 함께 발전해 나갈 미래를 꿰뚫어 보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